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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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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CP/로켓 현실 2024. 5. 25. 01:59

 

 

 

  검사지를 제출하고, 나는 곧 현실로 복귀해도 좋다는 의견을 들었다. 치료도 거의 끝나가던 참이었고, 당연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에, 나는 그 길로 내 방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.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하는 짐은 몇 없었다. 여벌 옷 몇 벌에 핸드폰, 충전기, 지갑, 지급 받은 금화 등.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챙겼던 짐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. 가방 안에 이것저것 넣고 보니 이곳에 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게에 새삼스러움을 느꼈다. 올 때와 달라진 건, 내 통장 잔고 뿐일 것이다. 역행을 핑계로 긴 휴가를 낼 나의 일상에 요긴하게 써 주겠다고 다짐했다. 아직 어디에 쓸 지 정하진 못했지만.

 

  가방을 매고 복도를 걷다가 세르세를 마주쳤다. 그가 어디로 가는 진 몰랐지만,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잠시 불러 세웠다. 길게 잡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, 나는 곧장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냈고, 그 안에서 작고 네모난 종이 하나를 건냈다. 내 이름 두 단어가 적힌 명함이었다. 건축 설계회사에 다니던 때의 명함이 아닌, 프리랜서로서 첫출발하기 위해 만들었던 명함. 샘플로 먼저 받았던 명함인지라 딱 한 장, 내 지갑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종이를 그에게 건냈다.

 

  “텍사스에 놀러오면 연락해.”

 

  딱히 놀러오지 않아도 연락은 환영이다. 나란히 비현실에 가까워진 우리가 역행에 걸릴 시간은 얼마나 될 지 모르겠으나, 그는 내게 현실에서 나를 제대로 보아줄 것을 말했으니,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. 벌써 반은 이룬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그의 맑은 보라색 눈을,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.

 

  “우리 또 보자.”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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